내 하루

소소하고 흥미로운 일상 :)

일상

달리는 것에 대하여 (건강검진받은 날)

- 찐초록 2022. 5. 3. 14:59
728x90

어제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받는 날은 약간의 귀찮음이 느껴지면서 긴장된다. "너 1년 동안 건강하게 잘 살았는지 내가 구석구석 뒤져볼 거야."라는 웃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그동안 운동을 꾸준히 했고 전날 금식도 잘 했으니 작년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바쁘게 검진을 받는다. 검진표를 들고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고 배도 고프고 목도 말랐다. 검진 후반에 위내시경 검사가 있었는데 작년과 동일하게 호기롭게 비수면으로 받았다. 어떤 알 수 없는 요령이 몸에 배었는지 비수면 내시경은 나름 할만하다. 모든 검진이 끝나고 당장에 알 수 있는 것은... 작년에 있었던 수축성 위염이 없어졌고 허리둘레가 더 줄었다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결과들이 뿌듯했다.

나는 올해 포함 3년째 같은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3년 동안의 내 건강에 대한 리포트를 손쉽게 볼 수 있다. 매년 나의 체중, 허리둘레, 혈압, 콜레스테롤, 내장 지방 같은 것을 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이며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운동을 못하는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운동과 싸웠던가. 이제는 하나의 루틴으로 자리 잡은 달리기. 잘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달리고 걷는다. 건강을 위해서 저녁도 조절식으로 먹거나 금식을 한다.

2년 전 체중이 과하게 늘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그것도 달리기를 하기로 마음먹은 과거의 나에게 오늘날의 내가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분명 쉽지 않은 결심이었을 텐데 일단 시작했고 꾸준히 유지했다. 사실 지금도 달리러 나가면 매일 새롭게 힘들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나의 건강 데이터와 그래프가 노력의 증거들이기 때문에 계속 달릴 수 있었다. 기록의 힘은 참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워치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정말 잘 샀고 잘 쓰는 중.

지구력, 근력이 없는 내가 달리기를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을 줄 나조차도 몰랐지만 분명한 것은 건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수 있다. 나도 그럴 때는 어김없이 실망하고 좌절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바꿔서 맘껏 내 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체중은 그대로지만 내장지방이 빠지고 있을 거야.', '지금 혈관청소가 깨끗하게 되고 있을 거야.', '지방 대신 근육이 붙고 있을 거야.', '내 심장의 힘이 더욱 좋아지고 있을 거야.'... 실제로 체중 변화가 없더라도 내 몸에서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 체중은 그 많은 변화 중 극히 일부분인 것이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체중은 오히려 늘었지만 허리둘레는 줄어들었던 적도 있다.)

나는 오늘도 달리러 나갈 것이다.

아마 오늘도 뛰면서 숨이 턱까지 차고 다리가 무겁고 발바닥이 아프겠지만 내 맘대로 좋을 대로 생각하며 끝까지 완주하겠지. 힘들게 완주한 뒤 걸어서 돌아오는 길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안 뛰고 걸어서 내 몸을 움직이고 있다는 게, 턱 끝까지 찼던 숨이 차분해진다는 게, 뛰면서 지쳤던 근육들이 쉴 수 있다는 게... 뛰는 걸 멈추고 걷기만 했는데 사소한 게 다 감사해진다. 그래서 '뛰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걷는 것쯤이야 얼마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걸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달리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아직도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겠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728x90